치아관리도 남녀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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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담배에 커피, 탄산음료까지 치아에 좋지 않다는 기호품은 다 즐기는 영업맨 김규환(32) 씨. 그 탓에 그의 구강 상태는 엉망진창이다. 한동안 치과를 거래처 다니듯 드나들며 고생했지만 고작 양치질을 거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뿐이다. 그만큼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 “남자들이 다 그렇지 않나요? 담배 안 태우는 사람은 커피라도 한잔 들고 이야기를 해야지.” 자신과 습성이 비슷한 남성 직장 동료들을 살펴 보니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동질감을 느낄 만큼 치아 병력도 비슷하더란다.
구강관리에도 남녀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규칙적인 양치질과 치간 칫솔, 치실 사용 등 평소 꾸준한 관리는 기본. 뿐만 아니라 성별에 따른 취약점이 있음을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남성은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와 술, 담배 등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치아 건강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여성은 월경과 임신, 출산을 겪으며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잇몸질환이 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남성 치아, 술ㆍ담배ㆍ스트레스에 무차별 노출 피로와 스트레스는 입 안의 염증, 곧 구내염을 유발한다. 구내염은 입술, 입안, 혀에 나타나는 모든 염증을 일컫는다. 한번 발생하면 구취, 물집, 궤양 등의 증세와 함께 통증이 심하고 음식을 씹거나 삼키는 것조차 힘들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아드레날린의 영향으로 침의 분비가 줄어 입안 세균의 활동력이 높아지면서 구내염에 쉽게 걸리게 된다. 격무로 인해 몸 전체에 피로가 많이 쌓여도 면역기능이 떨어져 바이러스나 세균감염이 쉽게 일어나 구내염을 유발한다.
스트레스에 거푸 피워 무는 담배는 더 문제다. 담배의 대표적 유해성분인 니코틴은 치조골 안쪽까지 침착 돼 치석으로 쌓여 충치를 유발한다.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들은 치아 색깔 자체가 검게 변색되어 있고 치아 사이사이에 치석이 자리잡고 있는데, 치석은 충치를 비롯한 각종 치과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흡연자는 임플란트와 같은 수술 실패율도 일반인에 비해 높다. 담배연기는 입속을 건조하게 만들어 심한 입 냄새를 유발한다.
술도 구강 관리의 적이다. 혈압을 상승시켜 잇몸 출혈을 유발해 충치와 치주염 등의 잇몸질환을 일으킨다. 또한 과음하면 콧속 점막이 부어올라 입으로 호흡하게 되면서 입 속이 건조해져 각종 치아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입안에 염증이 있는 상태라면 술의 알코올 성분이 입안의 염증을 자극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술, 담배를 끊지 못하는 한 양치질을 자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식사는 물론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를 마신 뒤에도 반드시 양치질을 하는 습관을 들인다. 잇몸질환은 심한 통증이 없어 조기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으므로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으로 미리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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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잇몸질환 잘 생겨 잇몸질환은 잇몸이나 치아뿌리, 잇몸뼈에 세균 감염으로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초기에는 잇몸에만 염증이 생기는 치은염으로 시작해 치아를 지지하는 조직에 지장을 주는 치주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치주염이 진행하면 턱 뼈안에서 치아를 감싸고 있는 치조골이 소실돼 치아가 헐거워지고 결국 치아를 잃게 된다. 그런데 이런 질환이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여성은 사춘기를 맞으면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잇몸에 혈액 공급이 많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음식물 찌꺼기, 치태와 치석 등의 자극에 잇몸이 더 예민하게 반응해 쉬이 잇몸이 붓게 된다. 심하지 않더라도 출혈과 통증이 나타나면 우선 치과를 찾아야 한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호르몬 분비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이런 증상은 다시 사라지곤 한다.
월경전 증후군의 하나로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치은염과 침샘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배란일과 월경일 사이에 증가하면서 잇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월경성 치은염’은 월경 바로 전에 나타나 월경이 시작되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신 월경 기간 중 입냄새의 원인이 되는 체내 황화합물이 증가돼 구취가 심해지게 된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치아를 가장 많이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통한다. 임신중에는 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하게 증가해 잇몸 혈관벽이 얇아지고 잇몸이 말랑말랑해지면서 붓는다. 여기에 치태나 치석이 잇몸에 끼어 약해진 혈관과 잇몸을 자극하면서 염증이 생기게 된다. 입안이 산성화하면서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돼 충치가 더 생기기 쉽다. 이를 가벼이 여기고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를 받지 않으면 임신 말기에 아주 심한 염증 상태로 진행될 수도 있다. 때문에 태아와 산모에게 비교적 영향을 덜 미치는 임신 4~6개월 사이에 치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임신 중에는 식욕이 왕성해져 단 음식과 간식 등을 많이 먹게 되므로 아무리 힘들어도 칫솔질만은 규칙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입덧이 심해 입 안쪽 어금니까지 칫솔질을 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양치를 하기 힘들다면 양치용액으로라도 입안을 자주 헹궈내 구강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임신 전 치과검진을 받고 충치와 잇몸질환을 치료해 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