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 붕괴냐, 강남 불패론이냐’
‘부동산 버블 붕괴냐, 강남 불패론이냐’
일부에서는 지나친 부동산 자산 편중현상, 주택 담보 대출의 급증 등을 근거로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라는 고령화를 근거로 머지 않아 주택이 남아 도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풍부한 부동자금·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부동산 불패신화 등을 이유로 지금의 하락세는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인기 지역의 주택 공급이 급감했고, 최근 지어지는 신도시가 수요가 많지 않은 시 외곽이라는 이유로 인기 지역은 공급 부족으로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것. 일부에서는 ‘강남 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의 도래’를 공언하기도 한다. 한국 주택시장을 예의 깊게 주시하고 있는 일본의 경제 애널리스트 다치키 마코토씨는 고령화, 산업 공동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도 일본식 버블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 불패신화이라는 허상에 빠졌던 일본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조언하고 있다.
반면 주식 애널리스트이면서 부동산시장에 관심이 많은 홍춘욱 키움닷컴 리서치팀장은 결혼 적령기 인구(25~34세)는 감소하지만 고급 수요를 주도하는 50대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버블 붕괴론을 반박하고 있다. 그는 전체적으로 집값은 안정될 수 있어도 인기지역의 중대형평형의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 주택시장의 미래를 둘러싼 정반대의 두 시각을 만나본다.

“돈 있는 50대, 고가주택 수요자로”
부동산 버블붕괴는 없다
홍춘욱 키움닷컴 리서치팀장
최근 미국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의 한 경제연구소가 한국 주택가격이 2005년 기준으로 17%의 버블(거품)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파트는 32.4%의 버블이 존재한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경고를 뒷받침이나 하듯 ‘부동산 불패론’을 자랑했던 서울 강남, 양천구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고가아파트에서 1억~2억원씩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나라 부동산시장은 지난 1990년대 초반처럼, 다시 깊은 침체에 빠져들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침체에 그치고 다시 호황 국면을 달려갈 것인가.
두 가지 모두 답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우리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부동산만 강세를 보이는 양극화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규 주택의 수요는 대부분 신혼 부부에 의해 좌우되지만, 문제는 우리 경제의 결혼 적령기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데 있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 인구(25∼35세)는 2005년 822만 명이던 것이 2008년에는 799만 명 그리고 2015년에는 690만 명까지 줄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그래도 결혼 연령이 늦춰지는 데다, 결혼 적령기 인구마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이 신규 수요에 힘입어 강한 상승을 보이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규 수요는 부진한 대신, 대체수요는 대단히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통계청의 가계자산 조사에 따르면, 일생을 통틀어 가장 비싼 집에 사는 연령대는 50∼59세로, 평균 2억 9723만원에 이른다. 한국의 50대 인구는 2005년 519만 명에서 계속 증가, 2008년 604만 명, 그리고 2015년에는 798만 명에 이르러 결혼 적령기 인구보다 더 많아진다.
특히 이들 50대는 자녀의 성장으로 대학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 지역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주택 신규 공급이 줄어드는 데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추산에 의하면 서울지역 아파트의 입주물량은 2003년 6만 9104호를 정점으로 2006년에는 4만 3013호, 그리고 2007년에는 2만 9831호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수도권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공급은 이런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인구 구조적인 요인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과거에 못지않은 양극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젊은 인구의 감소가 부를 신규 주택수요의 부진은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탄력을 떨어뜨리겠지만, 50대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대체수요의 존재는 강남 등 수도권 고가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2007년 주택종합계획을 보면 저소득층 가계의 주택구입 지원에 많은 무게가 실려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만일 50대 이상 가계의 대체수요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다시 주택시장의 거품을 키우는 쪽으로 가버린다면 정작 저소득층의 주택구입 의지가 꺾여버릴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구조적인 불균형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세금 정책뿐만 아니라, 40대와 50대 가계의 요구에 부합하는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정책적인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저출산·고령화, 버블 터뜨릴 바늘”
한국 버블붕괴 곧 온다
다치키 마코토 경제 애널리스트
한국의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가 임박해 있다고 본다. 레임덕 상태에 빠진 노무현 정부와 더불어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대혼란 요인이 될 듯하다. 한국의 노무현 정부는 한국 역사상 보기 드물게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사실은 급상승한 주택가격의 버블붕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수뇌부의 리더십 부재와 정책판단 착오로 인해, 버블붕괴 후 10년 이상 불황을 겪었다. 한국도 지금 지극히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노무현 정부의 금융정책은 최근 몇 년간 저금리정책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과잉 유동성이 제일 먼저 부동산으로 이동, 집값을 밀어 올렸다.
한국에서는 우선 강남이라는 인기지역에서 주택 공급 부족, 수요초과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국의 부동산가격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노무현 정부가 강남지역의 주택가격이 급상승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세제를 강화하고 주택자금 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남은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라는 강남불패론 신화를 키웠다. 시세상승이 기대되는 가운데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일본도 버블기에 개발규제를 하여 지가상승을 억제하려는 정책을 실행했지만, 중요한 금융부문을 크게 완화했기 때문에 거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과잉자금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규제를 해 봤자 효과가 있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의외로 국민들 사이에 일본 이상으로 부동산 불패신화의 뿌리가 깊다. 부동산을 안전한 자산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 원인은 인구의 대부분이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는 ‘초일극 집중 현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불패신화는 영원할 수 없다. 한국은 일본을 웃도는 저출산 현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속도라고 하는 일본을 쫓아가듯이 고령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같이 주택이 남아 돌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철강과 자동차 등 굴뚝산업은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러한 현상도 아마 한시적으로 그칠 것이다. 한국의 근로자들이 지금부터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의 근로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국민소득 역시 당분간 답보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지금보다 더 생산활동거점을 중국 현지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큰 토지 수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가 빠르고 진행되고 있는데도 한국은 지금 새로운 신도시들이 대거 개발되고 있다. 일본의 신도시는 지난 몇 년 동안 인구 감소와 지가침체의 여파에 휩쓸려 활력 없는 도시가 되었고, 지금도 이런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고령화 현상이 본격화되면 서울 교외 신도시도 일본 신도시의 전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는 강남과 같은 인기지역은 전체 주택가격이 하락해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일 수 있다. 일본에서도 인기 주거지였던 도쿄의 세타가야(世田谷) 지역도 버블붕괴 후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1990년대 후반 나타난 일본의 부동산버블은 은행이 기업에 과잉대출을 한 결과, 법인이 주도했던 버블이었기 때문에 가계의 고통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한국은 버블이 붕괴하면 가계와 가계에 대출한 은행이 함께 궁지에 빠지는 형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