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구조의 아파트, 좁은 곳을 실용적으로 고치거나 데드 스페이스에 아이디어를 더하면 우리 집만의 차별화된 공간이 만들어진다. 고정관념 깬 오픈 인테리어를 시작해 본다.

case 1 주방 벽면에 마련한 미니 서재

벽면 전체를 장식장이 차지하고 있던 김경아 씨네 식사 공간. 여유롭게 식사 시간을 즐기고 온 가족이 이용할 만한 미니 서재 같은 공간을 갖고 싶다는 욕심에 과감히 장식장을 떼어냈다. 그 자리에는 싱크대와 똑같은 소재와 컬러로 가구를 짜 넣었다. 컴퓨터를 설치한 테이블의 높이도 싱크대와 똑같이 맞춰 주방과 식사 공간이 자연스럽게 구분되면서도 통일감이 느껴져 안정적이다.

미니 서재는 위아래 수납장에 책을 비롯한 온갖 잡동사니를 넣고도 공간이 남을 만큼 넉넉하다. 컴퓨터 본체까지 말끔하게 안으로 집어넣으니 무척 깔끔한 미니 서재가 완성되었다. 집에서 유일하게 컴퓨터가 놓인 곳이라 가족 모두 고루 이용하고 있어 김경아 씨 부부가 처음 의도한 대로 공간 활용에 성공한 셈. 방 하나를 서재로 바꾸지 않아도 되니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바 스툴이 테이블 안으로 쏙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만 뺀다면 미니 서재는 볼수록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촬영 협조|먹줄디자인(www.mugjull.co.kr) 사진|김상민
case 2 베란다에 마련한 정원과 코지 코너

베란다를 틀까 말까 고민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반절만 터서 베란다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조소영 씨의 아이디어는 무척 신선하다. 여느 집들과 다른 거실 베란다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한쪽은 방부목을 깔고 페어글라스를 덧대 정원으로, 남은 한쪽은 확장해서 벤치를 들여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야생화처럼 작고 특이한 꽃을 좋아한다는 조소영 씨는 이사하면서 정원에 대한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또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 삭막한 아파트에서 자연을 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일 거라는 생각도 했단다.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타일 대신 방부목을 깔고 8㎜짜리 페어글라스를 2장이나 덧댄 정원은 보기만 해도 정겨움이 묻어난다. 처음엔 물 먹은 방부목이 부풀어 오르기도 했는데 칼집을 넣듯이 중간 부분을 군데군데 자르니 팽창해도 이젠 어긋나지 않는다고. 이중창으로 처리해 겨울에도 춥지 않고, 또 베란다 가득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니 화초들은 금세 싹을 틔우고 꽃망울을 맺는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조소영 씨에게 큰 기쁨이다.

그런가 하면 두꺼운 나무로 만든 벤치는 상판을 들어 올리면 공구가 가득 들어 있는 수납장으로 변신한다. 그곳에 앉아 차도 마시고 아이가 오가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커튼 하나까지 손수 발품 팔아 꾸민 코지 코너라 정원에 대한 애정만큼 이곳 역시 조소영 씨가 아끼는 공간이다. 고정관념을 깬 아이디어가 남보다 2배 이상의 행복을 가져다준 셈이다.

촬영 협조|행복 디자인 연구소(www.happyii.co.kr) 사진|김세영
case 3 주방과 거실 사이의 근사한 홈바

홈바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실제 리모델링 공사 시 홈바 꾸미기를 시도하는 예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흉내만 낸 이름뿐인 홈바인 경우가 많다. 이미화 씨는 좀 더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고 기능적으로도 편리한 홈바를 만들고 싶었다고. 이미화 씨의 아파트는 주방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식사 공간이 조리 공간에 비해 비교적 넓은 구조다. 주방과 거실 사이 벽면, 즉 식탁이 놓이는 건너편 공간은 어쩌면 번듯한 홈바를 꾸미기에 최적의 장소였는지도 모른다.

홈바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집 전체 분위기에 맞춰 심플하게 마무리했다. 라운딩된 테이블을 두르고 벽면에는 술 수납과 동시에 장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매입식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천장에는 홈바 분위기를 더욱 살리기 위해 할로겐 조명을 더하니 은은한 멋을 풍긴다. 천장이나 벽면의 나무 프레임은 밋밋한 공간에 변화를 줄 뿐 아니라 오픈된 공간에서 홈바가 좀 더 독립적으로 보일 수 있는 효과를 준다. 테이블 안쪽은 짜임새 있는 수납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포장을 뜯지 않은 술이나 간단한 안주거리들을 보관해두어 주방을 오가지 않아도 손쉽게 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가족 간의 오붓한 시간이나 지인들과의 편안한 자리를 기대해도 좋을 훌륭한 홈바 공간이 되었다.

촬영 협조|데코리안(www.decorian.co.kr) 사진|김세영
case 4 데드 스페이스를 활용한 홈바 & 미니 갤러리

장지환 씨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처음으로 자신만의 집을 갖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을 품고 평소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집 분위기를 바꾸었다. 젊은 감각을 한껏 살린 심플하고 모던한 공간. 그중에서도 거실에 자리한 컬러풀한 홈바와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베란다가 단연 눈길을 끈다. 새로운 부실을 하나씩 만들어냈다고나 할까. 거실은 두 면이 모두 창이라 벽면을 활용해 꾸민 홈바에 앉으면 소파에서와는 또 다른 뷰를 즐기면서 마치 다른 공간 같은 기분에 빠져들 수 있다. 실사 출력한 레드 컬러 스트라이프 패턴과 곡선미를 살려 페인팅한 블랙 프레임이 어우러진 홈바는 얼마든지 컬러에 변화를 주어 싫증나지 않도록 변신시킬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베란다는 한결 차분한 느낌이다. '생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는 장지환 씨의 바람이 이해되는 공간이다. 제각기 다른 크기의 디스플레이 공간을 만들고 간접 조명을 통해 한층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연출한다. 집 안에서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바쁜 직장 생활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진 않지만 장지환 씨에게 두고두고 만족감을 줄 공간임에 틀림없다.

촬영 협조|휴 인테리어(www.huinterior.co.kr) 사진|정준택
case 5 베란다에 꾸민 휴식 공간과 서재

거실 베란다를 굳이 확장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는 허정선 씨. 그 대신 특별한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변화를 주기로 했다. 취향이 잘 맞는 남편과 서로 의논하면서 거실 베란다를 휴식을 위한 장소로 꾸몄다. 가장 일반적인 베란다 활용인데, 허정선 씨는 대리석을 깔고 벽에 벽지를 바르고 무지주 선반을 달아 가족사진을 진열해두는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클래식한 가구를 고르고 가구 폭에 맞는 카펫까지 어렵게 구해 매치시키니 베란다가 여느 카페 부럽지 않게 달라졌다. 창밖으로 낮은 언덕까지 보이니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단다.

부부 침실의 베란다도 예전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이곳은 확장해서 서재로 꾸몄다. 창을 향해 널찍한 테이블을 놓고, 침실과의 사이에는 가벽을 세우고 미닫이문을 달아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했다. 가벽 안쪽으로는 폭이 좁은 책장도 짜 넣어 명실공이 서재의 틀을 갖췄다. 이곳은 부부 모두 디자인적인 면에서 만족스러워할 뿐 아니라 실제로 활용도가 크다. 있는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례라 하겠다.

촬영 협조|A3 디자인(www.a3design.co.kr) 사진|정민우

Posted by 부비디바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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